서울의 컨템포러리 일식 다이닝 KŌGETSU 코게츠를 가정해 만든 메뉴판. 한지, 먹, 목재, 놋쇠를 절제된 구성에 놓고, 비대칭 한국어 타이포그래피로 편집해 메뉴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가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일본 파인 다이닝의 언어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한국의 재료와 공예 감각으로 다시 짰습니다. 한지의 결, 먹의 번짐, 목재의 나이테, 놋쇠의 온기 — 서로 다른 물성이 한 페이지 안에서 만납니다
KŌGETSU(코게츠, 皐月)는 ‘오래된 달’이라는 뜻입니다. 계절이 짙어지는 늦가을과 초겨울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골랐습니다. 메뉴판은 손님이 자리에 앉아 처음 마주하는 오브제입니다. 그래서 메뉴판이 곧 식사의 첫 코스가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브랜딩의 원칙은 하나 — 덜어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기. 로고 하나, 붓 획 하나, 낙관 하나. 각 요소가 스스로 숨 쉴 자리를 갖도록 여백을 계산했습니다
상단의 KŌGETSU는 작고 조용한 산세리프 대문자로, 하단의 ‘코게츠’는 명조체로 두툼하게 놓았습니다. 국제 다이닝 신에서 통용되는 로마자와 한국 서점에서 오랫동안 익숙해진 명조체가 같은 무게로 병치되도록 짰습니다
코스 카테고리는 한 글자로 압축했습니다 — 한입, 회, 국, 구이, 조림, 식사, 후식. 각 글자는 굵은 볼드로, 그 옆의 재료 목록은 얇은 본문으로. 글자의 위계가 곧 코스의 리듬이 됩니다
모든 요소를 오른쪽 정렬로 몰지 않고 왼쪽 여백을 넓게 남겼습니다. 이 여백이 첫 번째 컷의 붓 획이 놓일 자리입니다. 여백은 그림이 놓일 무대입니다
메뉴판은 손님이 자리에 앉아
가장 처음 마주하는 오브제입니다
그래서 메뉴 자체가
식사의 첫 코스가 되어야 합니다
파인 다이닝 메뉴판이 흔히 갖는 요소를 일부러 지웠습니다 — 영문 부제, 원산지 뱃지, 알레르기 아이콘, 화려한 장식. 필요하면 별도 카드로 분리해 제공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남긴 것은 여섯 가지 — 브랜드 이름, 코스명, 가격, 카테고리, 재료, 시간과 장소. 이 여섯 정보만으로 손님이 저녁의 방향을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벼렸습니다
덜어냈기 때문에 남은 요소 하나하나가 강해졌습니다. 붓 획 하나, 낙관 하나, 목재 리벳 하나 — 각각이 브랜드의 서명입니다
메뉴판, 인쇄물,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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